포스트디셈버
12월의 다음, 시간을 넘어서다.

패션디자이너 박소현이 이끄는 브랜드 포스트디셈버는 그 이름처럼 존재하지 않는 시간을 향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우리는 12월의 다음에 늘 살고 있다. 재치 있으면서, 시적이고, 꿈같지만 현실 세계에 발을 딛고 있는 이름이다. 여기에는 옷과 우리의 삶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확장하여 바라보려는 박소현의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박소현은 영국의 음악과 패션 장인들에게 매료되어 영국 켄트에서 유학한 뒤, 위트 있는 소재 매칭과 커팅이 돋보이는 런던패션위크 브랜드 JUSTIN OH에서 패션 디자이너로서 경력을 쌓았다. 2004년 귀국해 파트너와 함께 패션회사 스튜디오 0929를 공동 설립했고, 2009년 마침내 단독으로 포스트디셈버를 설립하고, 이듬 해에 첫 번째 컬렉션을 서울패션위크를 통해 선보였다.

그가 만든 옷은 한결같이 우아하다. 놀랍도록 정교하고,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 자재를 사용하며, 옷 자체보다 옷을 입는 주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이런 특성은 비스포크 한정 생산 방식의 스튜디오 운영으로 집약된다. 박소현은 이를 두고, 스스로의 몸과 옷의 관찰을 통해 당신에게 꼭 맞는 옷짓기를 돕는 가이드의 역할이 브랜드의 소명이라고 말한다.

포스트디셈버의 컬렉션 에는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이 쌓아올린 오랜시간이 녹아있다. 유행보다는 나에게 집중하는 디자인. 필요한 자원을 정확히 사용하는 제작방식. 박소현은 그렇게 만들어진 옷이 우리의 태도를, 삶을, 나아가 공동체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신념은 포스트디셈버와 함께하는 우리 삶의 다음이 기대되는 이유일 것이다.